우리가 자주 사용하지는 않지만 ‘경계인’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회학적인 정의는 ‘서로 다른 문화나 사회 또는 집단의 경계선 상에 있고, 그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나 정치적, 이념적, 문화적으로 경계인은 존재할 수 있지만, 기독교 신앙에서의 경계인이라는 말은 있을 수 없습니다. 성경은 그 백성과 늘 함께하기를 원하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전하고 있습니다. 이 마음을 깊이 깨달은 신앙의 사람이 있었는데 그가 바로 오늘 본문의 에녹입니다.

     창 5장에 기록된 아담의 계보에 나와 있는 모든 사람의 일생은 ‘죽었더라.’로 끝을 맽고 있습니다. 이것은 아담의 계보 자체가 ‘죽음에 처한 인간의 실존’을 보여주는 것이고, 죽음 안에서는 몇 년을 살았고 무엇을 이루었다는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음을 말해 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랜 세월, 모두가 700, 800 그 이상을 살면서 그 사람이 이루었던 그 많은 일 가운데 어떤 일도 기록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런데 죽음의 세계를 의미하는 아담의 계보에 죽음과 상관없는 에녹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에녹의 일생에는 ‘죽었더라.’가 아닌, ‘하나님이 그를 데려 가셨다’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다른 사람과 달리 에녹에게만 있는 특이점은 ‘하나님과의 동행’입니다. 그렇다면 하나님과 동행했다는 것이 무슨 의미일까요? 대부분의 신앙인들은 하나님과의 동행을 항상 기도하고, 성경 보면서 묵상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또한 어디를 가든지 무슨 일을 하든지 하나님이 나와 함께하시는 것은 분명하니, 그것을 하나님과의 동행이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동행이란 나 혼자가 아닌 다른 누군가와 함께 길을 가는 것을 뜻합니다. 나 홀로 가는 길이 아니라는 것은 나만을 위한 길을 가는 것이 아님을 뜻하는 것이죠. 그런데 동행에서 한 가지 빼 놓을 수 없는 것은 동행이 본인에게는 기쁨이 되고, 힘이 되고, 위로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누군가와 동행을 하든 그와의 동행이 즐거움이 되지 못한다면 몸은 같이 있어도 동행의 의미가 변질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하나님과의 동행을 말한다면 하나님이 나와 동행해 주신다는 사실이 나에게 기쁨과 힘과 위로가 되는가를 먼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하나님과의 동행에서 기쁨을 찾지 못하고 위로와 힘이 됨을 경험하지 못한다면 결국 하나님의 동행이 아닌 다른 것에서 기쁨과 위로와 힘을 얻으려고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 해의 끝자락에서 우리의 모든 날들, 순간을 주님과 동행하기를 소망하고, 그 동행에서 기쁨을 얻는 저와 여러분들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