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이 우리를 부르셨다면, 거기에는 분명한 목적이 있습니다. 부르심은 하나의 과정이지, 그것 자체가 목적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부르심은 기존의 세계로부터 새로운 질서, 하나님의 세계로 들어올 것을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제자의 길을 걷기 위해서는 기존의 관계나 가치관으로부터 과연 내가 벗어날 수 있느냐가 관건입니다. 그러기에 예수님은 오늘 본문에서 이런 말씀을 하신 것이죠. “수많은 무리가 함께 갈새, 예수께서 돌이키사 이르시되, 무릇 내게 오는 자가 자기 부모와 처자와 형제와 자매와 더욱이 자기 목숨까지 미워하지 아니하면 능히 내 제자가 되지 못하고”(v25,26) ’제자’는 무리에 섞여서 적당히 살아가는 존재가 아닙니다. 그런데 제자의 길을 말하고 있는 본문의 가르침이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라는 점이 우리를 당황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이 말씀은 인간 관계의 가장 근본이라고 할 수 있는 혈연을 깨뜨리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이런 점에서 예수님의 말씀은 쉽게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예수님은 어떤 의미로 이 말씀을 하시는 것일까요? 먼저 예수님을 따르고 있는 수많은 무리들은 예수가 누구이며 그분이 가시는 길이 어떤 것인가를 알고 따르는 사람들이 아니라, 예수가 행하신 기적에 매료된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들이 예수를 따르는 것은 다분히 예수님을 향한 호기심, 아니면 자기 유익을 얻기 위함이었습니다. 바로 이런 사람들에게 제자가 되어 나와 함께 같은 길을 간다는 것이 어떤 것인가를 말씀하신 것입니다. 예수님은 부모와 처자와 형제와 자매와 자기 목숨까지 미워하지 아니하면 제자가 되지 못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따르지 않는 자도 제자가 되지 못하며, v33에서는 누구든지 자기의 모든 소유를 버리지 않으면 제자가 되지 못한다고 선언하셨습니다. 이 말씀들을 토대로 ‘나는 예수님의 제자인가?’ 를 생각해 보라는 것입니다. 분명한 것은 나 자신을 알고 예수님의 말씀하신 제자 됨을 생각해 본다면 우리는 제자 됨에 뜻을 두지 않은 자들이라고 하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그러니 나의 연약함, 나의 실체를 고백하며 성령의 도우심을 구해야 합니다. 우리와 함께하시는 성령께서 나로 하여금 주를 바라보게 하시고, 내 힘이 아닌 주의 십자가의 은혜를 생각나게 하시고, 그래서 어떤 상황과 형편 가운데서도 제자의 길을 걷게 하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