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Lent) 절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전통적으로 교회와 기독교신자들은 사순절에 구제, 기도, 금식을 실천했습니다. 구제, 기도, 금식의 공통점은 나의 욕망을 죽이는 것입니다. 구제는 물질을 가난한 사람과 나누면서 물질에 대한 나의 욕망을 죽이는 것입니다. 기도는 나의 뜻을 주님의 뜻에 맞추면서 나의 뜻에 대한 나의 욕망을 죽이는 것입니다. 금식은 육신적이고 물질적인 것에 길들여 있는 우리의 감각을 제어함으로써 영적인 맛에 대한 열망을 일깨워 주는 시간입니다.

   오늘본문은 선지자 이사야의 금식에 대한 말씀입니다. 본래 금식은 회개와 성결을 위해 제정된 것이며, 자기를 부인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스라엘 백성들은 금식을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금식을 하면서 오락을 구하고 있습니다. 일꾼들에게는 무리하게 일을 시키고 있습니다. 이웃을 정죄하고, 싸움을 일으키는데 앞장 서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외면하는 금식입니다. 그러면서 선지자는 이런 말씀을 선포하고 있습니다. "내가 기뻐하는 금식은 흉악의 결박을 풀어 주며, 멍에의 줄을 끌러 주며, 압제 당하는 자를 자유하게 하며, 모든 멍에를 꺾는 것이 아니겠느냐? 또 주린 자에게 네 양식을 나누어 주며, 유리하는 빈민을 집에 들이며, 헐벗은 자를 보면 입히며..."(v6,7) 이 말씀의 의미는 금식과 같은 종교적 열심이 있다고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뜻입니다. 금식기도를 제대로 했다면 그 기도를 통해 하나님의 뜻을 더욱 분명하게 깨닫고 그 뜻을 실천할 수 있는 힘을 얻었음이 분명합니다. 그렇다면 금식 후에 사랑의 능력이 더욱 강해져야 합니다. 그러기에 요한 웨슬리 목사님은 언제나 금식과 자선을 병행하도록 요청한 것입니다. 금식기도는 사랑을 실천하는 것으로 마무리 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고대사회에는 노예제도가 있었습니다. 세금을 납부하지 못해서 노예가 되는 일이 비일비재했습니다. 하나님 백성이라면 노예제도가 있다하더라도, 불공정한 노동환경이 있다하더라도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하나님의 뜻을 실천해야만 합니다. '남은 음식을 보관하기 가장 좋은 장소는 친구의 뱃속이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모든 인생 나그네에게 가장 든든한 보험은 이웃들의 후한 마음입니다. 코로나바이러스의 활성화를 우리는 '재난' 또는 '고난'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진짜 재난은 바로 내 집에 들어선 큰 냉장고와 무한자본주의이며, 스스로 자기를 지키려고 이웃을 들러리세우는 삶이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아무쪼록 사순절 절기를 맞이하여 인간과 자유를 존중하고, 약한 자들을 돌보는 시간들을 통하여 하나님과 더욱 가까워지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간절히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