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현절절기를 살게 되었습니다. 주현절(主顯節, Epiphany)은 2세기부터 지켜오던 오래 된 교회의 절기로서, 주님의 공생애를 기념하는 절기입니다. 특별히 주현절 첫 번재 주일은 주님께서 세례 받으신 것을 기념하는 주일입니다. 세례요한의 사역이 절정에 달해 있을 때, 요한은 자기에게 세례를 받으려하시는 예수님을 말리면서 이런 말을 하였습니다. "내가 당신에게서 세례를 받아야 할 터인데 당신이 내게로 오시나이까?"(14절) 예수라는 큰 영혼 앞에 선 요한은 그분의 종교적, 윤리적인 우월성과 순결한 자태에 강렬한 인상을 받았고, 상대적으로 자신의 모습이 지극히 비천함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이제 허락하라, 우리가 이와 같이 하여 모든 의를 이루는 것이 합당하니라." 마태복음에 등장하는 예수님의 첫 번째 발언인 이 말씀은 그분의 삶의 핵심을 잘 나타내 주는 말씀입니다. 예수님에게 중요한 것은 평범한 사람들처럼 자신의 생각이나 욕망을 충족시키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모든 의를 이루는 것이..."라는 말씀에서 보듯이 어떤 경우에도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고 그 뜻을 이루는 것에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죄 없으신 주님이 세례를 받으신 것은 죄를 씻기 원하는 사람들의 그 낮은 마음과 한 마음이 되시기 위함이었습니다. 세례를 받고 물에서 올라오시던 예수님의 머리 위에 비둘기 같이 임한 성령은 하나님임재의 상징입니다. 마르틴 루터는 이를 '관유(기름부음)를 통해 공식적인 그리스도(기름부음 받은 자)가 되심으로 우리의 선지자, 대제사장, 왕으로 취임하신 것'으로 해석하였습니다. 하나님은 어디든 계시지만 특별히 예수님을 통하여 자신을 온전히 드러내실 것임을 나타내신 것입니다. 예수님은 그러니까 하늘과 땅이 만나고 소통하는 그런 분이라는 말씀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은 하늘과의 소통, 예수그리스도와의 소통을 꿈꾸는 사람들입니다. 예수님은 하나님과의 깊은 사귐 속에 사셨습니다. 그 결과 "나는 내가 어디서 오며, 어디로 가는지를 안다"(요 8:14)고 말씀하실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들은 지금 누구와의 소통을 꿈꾸고 계십니까? 하나님과의 깊은 사귐이 있다면 우리가 지고 가는 인생의 짐이 분명 가볍게 느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