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 당시에도 자신의 이익과 정치적 이해에 따라 하루 아침에 친구가 원수가 되기도 하고, 원수가 친구가 되기도 했습니다. 분봉 왕 헤롯과 총독 빌라도가 평소에는 원수였지만 예수님을 잡아 재판하는 과정에서는 친구가 되었습니다. 신앙인들 가운데서도 자기의 신념과 양심을 저버리고 입장을 바꾸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런 사람들을 가리켜 사도바울은 십자가의 원수로 사는 사람들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내가 여러 번 너희에게 말하였거니와 이제도 눈물을 흘리며 말하노니 여러 사람들이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원수로 행하느니라.”(v18) 먼저 우리는 사도바울이 이 말을 빌립보 도시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한 말이 아니라, 빌립보 교회를 향해서 하고 있음을 생각해야 합니다. 바울이 빌립보 교회를 향해서 하는 말이라면 이것은 지금 우리 만천교회와 무관한 말이 결코 아닙니다. 우린 이 말을 기분 나쁘게 듣지 말고, 신자 된 우리에게는 참으로 심각한 말씀이며 중요한 말씀으로 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나는 그리스도를 위해 산다고 하나 실상은 십자가의 원수로 살아가는 것은 아닌가를 주의 깊게 살펴야 합니다. 왜냐하면 v19에서 ‘그들의 마침은 멸망이요’라는 말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교회를 다니면서 내 자신을 ‘십자가의 원수’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더군다나 교회에 열심히 출석하고, 많은 헌신과 봉사를 하는 사람이라면 더욱 더 내 자신을 십자가의 원수와는 거리가 먼 사람으로 여기지 않겠습니까? 그러므로 우리는 바울이 말한 십자가의 원수가 과연 무엇인지를 잘 살펴야 합니다. “그들의 마침은 명망이요, 그들의 신은 배요, 그 영광은 그들의 부끄러움에 있고 땅의 일을 생각하는 자라”(v19) 여기서 ‘멸망’이라는 말은 십자가의 원수로 행하는 자들은 나를 구원하시는 하나님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나의 욕망을 충족시켜줄 하나님을 말할 뿐입니다. ‘그 영광은 그들의 부끄러움에 있고’라는 말은 하나님 앞에서 수치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을 오히려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을 의미합니다. 마지막으로 십자가의 원수로 행하는 자들은 ‘땅의 일을 생각하는 자’라고 말합니다. 십자가의 원수로 산다는 것은 십자가를 향하여 돌을 던지고, 십자가를 부러뜨려 불에 태우는 극단적인 행동을 뜻하는 말이 아닙니다. 하나님백성으로서 기독교신자로서 분명한 의식 없이 그저 세상적인 것들, 물질적인 가치만 추구하는 것이 바로 십자가의 원수로 사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