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일은 어린이날 이었습니다.

점심시간에 김순자 권사님께서 남편의 손에 3만원을 쥐어주고 가셨습니다. 이유는 ‘어린이 날’이라서 입니다.

올해 84세이신 권사님께서 목사를 아이취급해서가 아닙니다.

권사님은 어떤 때는 어버이 날이라고, 또 어떤 때는 스승의 날 이라고 맛있는 거 사먹으라며 가끔 이렇게 꼬깃꼬깃한 돈을 주머니에 찔러 넣어 주십니다.

아마도 얼마 전에 지난 저희 생일에 아무 것도 못하시고 지나간 것이 섭섭하셨나 봅니다. 교회에서 넘치게 축하해 주시고 선물도 주셨는데 권사님 마음에는 그래도 허전함이 있으셨나 봅니다.

연세 많으신 권사님들께는 가끔 자녀들이 드리고 가는 용돈이 수입의 전부이신데...

여기저기 쓰실 데도 많으실텐데 아껴두셨다가 핑계거리를 찾으시면 이렇게 불쑥 주머니에 찔러 넣으시고는 도망을 치십니다.

뭐라도 더 주시고픈 권사님의 마음이고 사랑입니다.

다들 목회가 힘들다고 말합니다.

사실 힘들 때도 많습니다. 상한 심령을 보듬어야 하고, 마음을 살펴야 하는 일이기에 버거워서 지칠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소소한 감동들이 버겁고 힘들었던 여러 가지 일들을 한꺼번에 상쇄시키기도 합니다.

얼마 전에 지난 저희 생일에는 양권사님의 7번째 딸 희진이가 목사님 선물을 사라며 기꺼이 3만원을 내놓았다고 합니다.

그 돈으로 양권사님과 최주란 집사님이 저희 속옷과 양말을 사오셨습니다.

얼마나 코끝이 찡~하던지...

아직도 아까워서 그 속옷을 입지도 못하고 쳐다보기만 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런 사랑과 감동은 목회자에게는 마약과도 같습니다.

앞으로 걸어갈 길이 또 고되고 힘들 줄 뻔히 알면서도, 이런 사랑 때문에 새 힘을 얻어 지나온 고달픔을 잊고 또 앞을 향해 달려가게 됩니다.

작은 사랑 하나가 큰 고통 여러 개를 한꺼번에 상쇄시킬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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