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교자기념 주일을 맞이하면서 지난 한 주간은 “무엇이 저들로 하여금 죽음도 두려워 하지 않는 사람이 되게 하였을까”를 묻고 묵상하는 시간들을 보냈습니다. 분명한 것은 ‘저들은 결코 세상 것을 힘으로 여기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오늘 본문은 바벨론에 포로로 잡혀간 유다 백성들이 자기들의 사정은 하나님으로부터 철저하게 외면 당했다고 생각하면서 절망, 좌절에 빠져 있을 때, 선지자 이사야가 선포한 내용입니다. 특별히 선지자는 하나님에 대해 크게 오해하고 있는 백성들에게 이런 하나님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영원하신 하나님 여호와, 땅 끝까지 창조하신 이는 피곤하지 않으시며, 곤비하지 않으시며, 명철이 한이 없으시며, 피곤한 자에게는 능력을 주시며, 무능한 자에게는 힘을 더하시나니…”(v28,29) 그러면서 하나님께서 피곤한 자에게 주시는 능력과 무능한 자에게 주시는 힘을 ‘새 힘‘(v31)이라 표현하고 있습니다. “오직 여호와를 의지하는 자는 새 힘을 얻으리니…” 기독신자는 지금까지 내가 힘으로 여겼던 것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새 힘’으로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선지자는 이 ‘새 힘’은 ‘여호와를 앙망하는 자’가 얻을 수 있다고 간단 명료하게 말하고 있습니다. 순교자들은 피 흘려 목숨을 바치는 극한의 자기 부정이 있었고 그것이야말로 그 분들이 하나님을 앙망하는 법이었습니다. 이런 분들의 순교를 일컫는 말이 ‘붉은 순교’입니다. 직접 피를 흘렸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기독교 순교 역사에서는 붉은 순교만이 아니라 ’백색순교’도 있었습니다. 사막 교부들은 신학적 지식을 쌓는 것보다 예수의 가르침대로 사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가르침대로 사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들은 초인적인 금욕 생활을 하면서 악마와 싸우기도 했으며, 분노와 미움, 사람을 판단하는 부정적인 감정들을 극복해야 했습니다. 그만큼 치열하게, 그리고 자발적으로 자기를 부정하면서 하나님을 앙망했습니다. 피는 흘리지 않았지만 그들의 금욕과 극기의 삶은 순교자나 다름 없었습니다. 

     오늘 순교자기념 주일을 맞이한 우리 기독 신자들도 이 땅에서 우리의 삶의 한 복판에서 백색 순교의 삶을 살아야만 합니다. 세상에 대해 죽고, 정욕에 대해 죽고, 세속 가치관에 대해 죽고,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삶의 방식에 대해 죽어야 합니다. 내 삶의 현장에서 끊임없이 나를 부인하고 다른 것에 눈길을 주는 것이 아니라 치열하게 하나님을 앙망해야 합니다. 순교자들처럼 세상 것을 힘으로 여기지 않고, 하나님만을 바라보고 그 분만을 의지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