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세상이 요구하는 삶의 방식에 길들여져 있습니다. 세상 구조와 방식이 잘못되었다고 비판도 하고 불만의 소리도 높이지만 결국은 세상 방식에 또 순응하며 살게 되죠. 이처럼 세상 방식에 길들여진 사람에게는 성경의 세계가 낯설게 다가오기 마련입니다. 왜냐하면 성경은 내가 추구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세계를 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성경에 기록된 예수님의 행적 하나하나가 이미 우리에게 그것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오늘은 고난주간이 시작되는 종려주일입니다. 주로 갈릴리에서 활동하시던 예수께서 드디어 십자가 죽음이 기다리고 있는 예루살렘으로 입성하실 때, 마침 유월절 명절을 지키기 위해 모인 많은 사람들이 종려나무가지를 흔들며 호산나로 환영했던 데서 그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그러나 우리 신자들은 그 그림만을 머릿속에 그려서는 곤란합니다. 그렇다면 종려주일이 우리에게 주는 진정한 메시지는 무엇입니까? 그 모든 것은 예수께서 펼치셨던 그 행위(performance)에 담겨 있습니다.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할 부분은 예수님께서 선택하신 '나귀새끼'이고 그 다음은 유월절(Passover) 축제입니다. 유월절 축제는 로마의 입장에서 보면 대단히 위험한 축제였습니다. 식민지 사람들이 많이 모인다는 것은 언제든지 소요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유월절기간이면 유대자치 경찰과 로마의 군인들이 예루살렘 전역에 경계망을 구축하고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였습니다. 아무도 타보지 않은 나귀새끼는 평화와 겸손을 의미합니다. 지금 나귀새끼를 타고 예루살렘으로 들어가시는 예수님은 바로 그것을 선포하려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것을 가리켜서 '예언자적인 행위'라고 부릅니다 .예언자적 행위란 그 행위에 어떠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렇다면 예수님은 어떤 메시지를 담고 그와 같은 행동을 한 것입니까? 이 물음에 제대로 답하려면 지금 예수님이 이 예언자적인 행위를 어떠한 상황과 누구 앞에서 펼치고 있는가가 중요합니다. 예루살렘 성 안에 지금 누가 있습니까? 메시야를 간절히 기다리는 수많은 유대인들과 그 군중들이 돌발적인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지키고 있는 유대자치 경찰과 로마의 군인들입니다. 예수님은 바로 그들 앞에서 나귀새끼를 타시고 예루살렘 성 안으로 들어가신 것입니다. 예수님으로 인해 실현되는 하나님의 나라는 세상이 추구하는 힘으로 이루어지는 나라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세계 최강의 로마 군인들 앞에서 나귀새끼를 타신 예수님의 모습이 곧 우리들의 모습이 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