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상대방에게 서운한 감정이 들면 "내가 너에게 해준 게 있건만" "내가 그토록 은혜를 베풀었건만"이라고 말하며 섭섭해 합니다. 그러나 엄밀한 의미에서 '은혜'는 그것을 베푼 사람이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라, 베풂을 받은 자가 그것이 정말 힘이 되고 위안이 되었음을 고백할 때에 나그네와 고아와 과부를 위하여 남겨두라"는 율법과 가난하고 약한 자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히지 않는 섬세한 구제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헤세드 즉, 인자, 자비, 사랑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성경은 이렇게 약자를 배려하는 사회, 그곳은 나오미와 룻이 살았떤 이방나라 모압이 아니라 유대베들레헴이요, 세상이 아닌 하나님의 공동체임을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세상에서 실패하면 행복도 동시에 잃어버리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룻기에 등장하는 나오미와 룻은 세상적인 시각으로 볼 때는 그 어디에서도 행복의 조건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내 소유의 밭에서 농작물을 거둔다면 수확의 기쁨이 있습니다. 그러나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남의 밭에서 눈치를 보며 이삭을 주어야만 하는 상황은 비참한 일입니다. 그런데 그런 처절한 삶의 현장에서 보아스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룻은 보아스가 자기에게 베풀어준 호의에 대해서 "나는 이방여인이거늘 당신이 어찌하여 내게 은혜를 베푸시며 나를 돌보시니이까"라고 말하며 몸 둘 바를 몰라 했습니다. 자기는 은혜 받을 자격조차 없는 이방여인이라는 것입니다. 룻의 이러한 행동은 신자 된 우리가 하나님 앞에서 어떤 마음의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는 하나님의 은혜를 말할 자격이 없는 사람들입니다. 우리가 은혜와 사랑과 자비를 받을 자격이 있는 것입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주어진 은혜만으로도 얼마든지 감사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무시 받고 천대받아 마땅한 나에게 먼저 다가오고 호의를 베푸는 것, 이것이 룻에게 은혜로 여겨졌다면 오늘 우리들에게도 은혜는 하나님으로부터 버림받아 마땅한 우리들을 위한 하나님의 사랑과 자비입니다. 즉 예수님을 우리에게 보내셨다는 것 자체가 말할 수 없는 은혜인 것입니다. 생명에서 끊어진 우리에게 생명을 되찾아 주기 위해서 스스로를 희생하신 예수님에게서 우리는 은혜와 사랑을 볼 수 있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