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기술의 발전으로 지식의 총량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인간다운 삶에 대한 의식은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사람으로서 마땅히 물어야 할 것은 '그것이 옳은 것인가 아니면 그른 것인가?'여야 합니다. 그런데 이 시대는 '이익이냐? 손해냐?'가 기준입니다. 세상의 흐름을 거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좁은 길, 좁은 문이 우리가 걸어가야 할 길임을 분명히 말씀하셨습니다.

   오늘 본문은 출애굽 공동체가 광야에서 함께 지었던 성막 이야기입니다. 성막이야말로 아름다운 교회의 모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성막은 하나님이 그들 가운데 현존하고 계심을 보여주는 상징물이었습니다. 출애굽 공동체는 기꺼이 성막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자재를 헌납했습니다. 자기 것을 내주면서도 기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에게 꿈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물건만 봉헌한 것이 아니라, 시간과 재능까지도 바쳤습니다. 성막을 짓는 데 있어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던 사람이 브살렐과 오홀리압니다. 그들은 요즘으로 말하자면 솜씨 좋은 장인(匠人)들입니다. 성경은 브살렐과 오홀리압에게 "하나님의 영을 충만하게 하여 지혜와 총명과 지식으로 여러 가지 일을 하게 하였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영으로 충만한 사람은 같은 일을 하더라도 그것을 자기의 공로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내가 갖고 있는 기술과 재능도 하나님의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술과 재능과 능력이 그 인간의 탁월함으로부터 온 것이라면 우월감을 가져도 좋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하나님에게서 온 것이라면 하나님의 뜻에 맞게 사용해야 합니다. 오늘 우리가 남들보다 잘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하나님께서 주신 선물입니다. 그러므로 우리 신자들은 자신의 재능을 신앙공동체는 물론이고 사회의 성숙을 위해 사용해야 합니다. 우리가 그렇게 나누고 섬기는 일에 열중하면 '돈'의 지배력은 점점 약화될 것이 분명합니다. 교회는 돈이 주인 노릇하는 세상에 중독되었던 사람들이 깨어나는 곳이 되어야 합니다. 돈이 없어도 얼마든지 새로운 세상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자각하는 곳이 되어야 합니다. 지금도 지구촌 곳곳에서 평화의 일꾼들이 일하고 있습니다. 땀 흘려 씨를 뿌리고, 목숨을 바치기도 합니다. 십자가의 길은 언제나 어리석어 보이지만 그 길을 거치지 않고는 부활의 기쁨에 동참할 수 없습니다. 더디더라도 주님이 기뻐하시는 길을 따라 한 걸음씩 내딛는 저와 여러분들이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간절히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