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실존주의는 예수를 믿음의 대상으로 보는 데 머물지 않고, 따름의 대상으로 삼습니다. 그러므로 기독교 진리는 아는 것이 아니 라 사는 것이고, 지식이 아니라 삶의 모습으로 드러나야 합니다. 기독교신앙을 라틴어는 끄레도(credo)로 표현합니다. '심장, 심령, 중심'을 의미하는 꼬르(Cor)와 '주다, 고정시키다, 의지하다'를 의미하는 도(do)의 합성어입니다. 즉 끄레도(credo)신앙이란 '나의 중심을 하나님에게 주어서 하나님에게 고정시키고 그분을 의지하며 살아간다.'는 뜻입니다. 신앙 이전의 자연 상태는 나를 바라보지만, 신앙의 핵심은 하나님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믿음은 나에게 일어나는 사건을 믿는 것이 아니라, 사건을 일으키는 하나님을 믿는 것입니다. 믿음은 약속의 내용을 믿는 것이 아니라, 약속을 주신 하나님을 믿는 것입니다. 믿음은 하나님을 좋아하고, 하나님을 바라보고, 내가 좋아하는 그분의 말씀을 따르는 것을 삶의 최우선 순위에 두는 관계의 차원입니다.

   바울이 로마서를 기록할 당시에 로마기독교공동체는 이방인으로서 기독교신자가 된 사람들과 유대인으로서 기독교신자가 된 사람들 사이에 알력이 있었습니다. 유대기독교신자들은 이방기독교신자들에 대하여 우월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자기들만이 아브라함의 후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바울은 아브라함이 의롭다 하심을 받게 된 것은 할례 받기 전, 믿음으로 이루어진 일이기에 믿음으로 사는 사람은 육신의 혈통과 관계 없이 아브라함의 자손이라고 말씀합니다. 여기서 바울이 말하고 있는 '믿음'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 것입니까? 관념적으로 예수를 바라보는 것을 가리키는 것입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로마기독교인들에게 필요한 믿음의 행태, 믿음의 모습은 바로 '사랑'입니다. 믿음과 사랑은 다른 말이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을 많은 민족의 조상으로 세우셨습니다. 아브라함의 존재가 우월해서가 아닙니다. 그것은 은혜의 사건이지, 경쟁에서 이긴 우월한 사람을 선택한 것이 아닙니다. 그런 하나님이시기에 아브라함은 희망이 보이지 않을 때에도 하나님을 좋아하며 그분을 바라보았습니다. 이것이 믿음입니다. 

   믿음은 나 자신보다 하나님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우리가 다른 사람의 믿음이 좋으니 그렇지 않으니 판단하는 것은 우매하고 위험한 일입니다. 나의 영광을 추구하는 것은 믿음이 아니라, 욕망입니다. 하나님께서 영광을 받는 하나님의 나라를 추구히는 것이 굳센 믿음입니다. 나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예수그리스도를 바라보는 시선으로 바꾸는 사순절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