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대지를 하얗게 뒤 덮어놓은 눈이 왔습니다.

이런 때가 되면 두 부류의 사람들로 나뉘게 됨을 보곤 하던 지난날이 떠오르네요.

 

멋진 sports car에 스키 장비를 얻고 기나긴 행렬에 휩싸여 위험을 무릅쓰며

한겨울의 낭만을 찾아 떠나는 부류와 녹은 눈에 흠뻑 젖은 전투화를 신고 신세를 한탄하듯

바닥을 탕탕 구르며 눈을 치우던 병사들의 모습이 떠오르며 창 밖에 쌓여 가는 눈을 보다가

문득, 지난 주일날 당회 때 눈이 오면 내 집 앞은 내가 치우는 것이

전례이고 아파트에 사는 성도님들은 치울 곳이 없으니 나오셔서 함께 예배당 앞 주차 공간

눈을 치우자 시던 목사님의 말씀이 떠올라 부랴부랴 조반을 먹고 나갔더니 아니나 다르랴

목사님 내외분이 벌써 나오셔서 눈을 치우고 있더군요.

 

미안한 마음에 부임 후 지금까지 혼자서 눈을 치우셨냐고 물으니 이름을 대며

두어 분 함께 치우시던 성도님이 계셨다기에 이런 일은 성도님들께 연락을 하셔서

함께 하도록 하는 것이 합당하지 않겠냐는 의견에 당신은 성도님들이 사랑스러워 그렇게

시켜서 하기보다 궂은 일일지라도 혼자서 묵묵히 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전파되는

message의 효과가 크리라 생각한다고 하시는 말씀에 아무런 말도 못하고 목사님을

따라 예배당 앞과 진입로를 다 치우고 나니 오후 두시쯤은 되었나 봅니다.

 

그때 까지 눈은 그치질 않고 내리는 게 오후에 한 번 더 치워야 되겠기에

목사님께서 나오실 때 전화를 해 주시겠다는 말씀을 듣고 집으로 돌아와서

늦은 점심을 먹고 났는데 목사님께로부터 전화가 와서 받았는데

오전에 눈을 치우시고 눈 가를 닦으시기에 이마에 땀을 닦으시는 줄 알았는데

그때 무리를 하신 탓인지 눈에 실핏줄이 터져서 충혈이 돼서 오후에 눈 치우러 가자고

전화를 못하실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듣고 병원엘 가셔야 되지 않느냐고 하니까

동공에 이상은 없는 것 같아 괜찮다고 하셨지만 걱정이 많이 되는군요.

 

평소에도 오후 예배를 마치고 나면 사모님과 전도사님들과 함께 예배당 곳곳을 쓸고

닦으시며 그냥 하는 거라 하시기에 지금 까지 직업 관계로 여러 교회를 옮겨가며

보아 왔던 목사님들과는 전혀 구별이 되어 내가 열망하며 바라던 그 분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었는데…….

 

송구영신 예배 때 만천교회를 위해 중보기도를 부탁하시며 자원하는 분들은 한 문장씩

기도를 하라하실 때 “주님 내가 먼저 변화되기를 원합니다. 라고 할 것이 아니라

어릴 적부터 병약하여 죽음 앞에서 기적의 생을 다시 찾았으나 늘 건강관리에 조심하며

생활해야 된다는 성도님의 말을 듣고도 이번 중보기도 때 “주님 우리 목사님의 건강을 꼭

지켜 주실 줄 믿고 기도드립니다. “라고 할 것을 왜 생각지 못했는지 후회스러웠지만

이제 부터라도 기도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믿습니다. 라파의 하나님께서는 성도들의 몸과마음을 아껴서 허리에 띠를 두르시고

제자들의 발을 씻기시며 섬김의 도를 가르쳐 주신 주님처럼 자신의 병약한 몸을 이끌고

궂은일도 당연한 줄 알고 행하시는 목사님의 건강을꼭 지켜 주실 것을…….

목사님! 꼭 건강하십시오.